MUSEUM IDENTITY AND DESIGN, Busan Museum of Contemporary Art
부산현대미술관 정체성과 디자인

부산현대미술관이 자리 잡은 이곳 을숙도에는 탐조객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매년 낙동강 끝자락의 비옥한 토양에 도래하는 크고 작은 철새를 관측하기 위해서죠. 풍요로운 터와 그 땅으로 모여드는 새, 그리고 새를 관찰하고자 방문하는 사람들... 이 관계는 미술관과 그 안에서 다루는 다양한 작품, 그리고 감상을 위해 찾아오는 관객의 그것과도 닮아있는 듯합니다. 탐조객이 손에 쥔 망원경을 통해 시선의 거리를 조절하며 새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때로는 조망하는 것처럼 부산현대미술관은 현대미술의 생태계를 포착하고 두루 살펴보며, 그 내면을 탐구한 기록을 공유합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새로운 M.I는 ‘Busan MoCA 스코프’입니다. Busan MoCA 스코프는 망원경의 레티클에서 착안한 조형을 바탕으로, 현대미술을 자연의 다양한 추상적 형태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전시에서는 개별 요소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그 움직임에 밀착해 관찰하는 순간을 각 매체에 적합하게 적용한 사례를 로고, 사이니지, 서식, 전시 안내물 등을 통해 선보입니다. 또한 M.I 제작을 위해 조사하고 수집한 내용, 예컨대 을숙도와 부산에서 촬영한 사진들, 참고한 문서 자료, 그래픽 시안 스케치 등도 둘러보실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는 곧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마치 탐조하듯 구석구석 초점을 옮기며 관찰과 기록을 반복하고 고민했던 저의 시선을 공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저의 기록을 관람하시는 여러분도 각자의 스코프를 통해 전시를 경험하고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

을숙도에서 박기록 씀

Park Kirok in Park Goeun, Kim Kichang and Jung Sarok 
Space Design and Installation: Park Eun-guk,
Help with writing: Kim Saerom

2023, Bra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