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   publication   store 



가지런히 어지르고 흩트리며 정리하기
Arrange Tangly, Disarrange Tidily

Master Degree Show 2021
21. 7. 1 - 7. 9 
Redbrick Gallery, UOS


01    02

1도씨 비평선
비주류들의 말하기: 2000년대 한국연극의 새로운 입장들
Offsetprint, 125x188mm, 600p

Publisher: 1docci
ISBN: 979-11-969687-4-8(03680)


“나는 지금 유럽에서 초청된 연극 한 편을 관람하고 있다.”

텅 빈 무대 위에는 낯설은 얼굴의 외국 배우들이 서있다. 그들은 반라의 몸으로 무대를 휘저으며 민망하기 짝이 없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한다. 무대 한 쪽에는 관람객을 위해 마련된 것이 분명한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스크린에는 쉴 새 없이 한글 자막이 올라간다. 음향이나 소음에 가까운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국어 대사는 나의 귓가를 괴롭히고 눈길을 둘 수 없는 민망함으로 피하고자 하나 피할 수 없는 외국 배우의 에로틱한 나신은 나의 시선을 잡아끈다. 공연 시작 후부터 나를 괴롭히는 존재는 또 있다. 내 앞좌석에 자리잡은 점잖은 신사가 바로 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인 그는 간간히 짧은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신경질적으로 팸플릿을 뒤적이는 그의 몸짓은 나의 신경을 분산시킨다. 이런 와중에 스크린의 한글 자막을 머릿속으로 이해해내야만 하는 나는, 결국 가장 먼저 스크린의 자막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바야흐로 조금도 외람됨이 없는 무대 위 배우는 드디어 무대 맨 앞까지 진출하여 살아있는 몸짓으로 관객들을 휘어잡는다.